정진용 개인전

정진용 개인전

전라感영-全羅感影

2021-12-22 ~ 2022-01-10

관람시간 13:00-18:00 (월요일휴관)

전라감영全羅感影1_수묵및 혼합매체_ 160.5X140cm_ 2020

작가 노트

이번 전시 전라감영은 한자대로 전라감영의 인상을 담아내고자 한 것이다.
전기의 개념은 전라감영이라는 장소성으로부터 시작되었으나, 이번에 일부 복원된 전라감영을 그대로 그려내는 일반적인 풍경이 아니라 전라감영이라는 상징적 단어로부터 떠오르는 이미지를 작가개인의 상상적 시선과 느낌으로 그려낸 장면들이다. 그러므로 이것은 전라감영임과 동시에 전라감영이 실제로 존재했던 그 시절의 전주이자 고향에 대한 감수성이다. 전주는 조선시대 가장 중요한 교통과 무역과 생산의 요지였고, 풍요의 땅이었으며 또한 혁명의 중심이기도 하였다.

내 고향 전주가 품은 수많은 역사와 의미를 작품 몇 점에 담아낼 수는 없겠지만, 나는 그저 일부라도 복원된 지금의 전라감영 솟을대문 앞에서, 차분히 눈을 감고 과거로 시간을 돌려 본다.
그렇게 나는 시간의 터널을 지나 그 옛날 의 수많은 장면들과 소리들을 느껴본다. 낮과 밤을 보고, 왁자지껄과 아우성을 들으면서 하늘높이 날아올랐다. 풍남문이 우뚝솟은 뒤로 모악산과 마이산이 보이는 따뜻하고 바글바글한 고을이 눈 아래 펼쳐지고, 해가지면 다닥다닥한 기와집 초가집들의 불빛들 속에서 수궁가, 춘향가가 아련히 새어나오는 아름답고 따뜻한 야경을 감상하는 것이다. 거기에 옛 산수의 신비한 풍광들과 조선의 본토로서 왕도를 상징하는 장중하고 찬란한 이미지들은, 우리 전주가 풍요의 땅이자 가장 한국적인 도시라는 말들을 다시금 확인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봄 여름 가을이 지나면 추운 겨울이 오듯, 폭정은 혁명의 불씨가 되어 활활 타오르고 횃불들의 행렬은 여기로부터 광화문까지 이어졌다. 누군들 잘 살 고 싶지 않을까.
누군들 행복 하고 싶지 않을까.

그 옛날 외풍 시렸던 시골집 뜨끈한 구들방에서 솜이불에 옹기종기 둘러앉아 화로에 고구마 구워가며 나눴던 재잘재잘한 이야기들, 그 장면들은 이제 꿈처럼 아련한 이미지로만 남겨졌지만, 이제 그림이라는 통로를 지나 잠시 머리와 가슴속에서 외출할 것이다. ‘전라감영’ 그것은 단지 전라도일대를 관할했던 무겁고 진지한 기관이 아니라, 나의 고향 전주가 과거 우리 역사속에서 얼마나 중요하고 대단한 곳인지 알려주는 이정표이자, 내가 현재 살고 있는 아름답고 완전한 고을에 대한 이미지를 상징하는 대명사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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